안상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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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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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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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시대 때, ()나라에 큰 기근이 들었다. 식량이 부족하여, 많은 사람들이 굶주려 쓰러졌다. 이때 금오라는 부자가 이를 기회로 하여 자신의 덕을 널리 알리기 위해 길가에 음식을 늘어놓고는 지나가는 굶주린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하루는 굶어서 부황(浮黃)이 든 한 사나이가 찾아왔다. 너덜너덜한 옷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다 해진 짚신을 신고 있었다. 지팡이에 의지한 그의 몸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이 모습을 본 금오가 왼손에 밥, 오른손에는 마실 것을 들고 사나이에게 거만한 태도로 말하였다.

이봐, 이리 와서 이걸 먹어라.”

이렇게 말하면서, 금오는 그 사나이가 기뻐 눈물을 흘릴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사나이가 기뻐하기는커녕, 오히려 굶주림을 잊은 듯 허리를 쭉 펴고 머리를 곧추세웠다. 그러더니 금오를 매섭게 쏘아보면서 자못 경멸하는 듯한 어조로 말하였다.

내가 이런 차래지식(嗟來之食) 따위를 먹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꼴이 되고 말았다. 가짜 선심은 그만둬라.”

그리고는 그대로 가버렸다.

금오는 순간 충격을 받았다. 황급히 그 사나이를 뒤쫓아가 자신의 무례를 사과하고 음식을 받아 주기를 청하였다. 그러나 사나이는 결코 음식에 손을 대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조금 더 걷다가 쓰러졌다. 사나이는 무례한 음식을 거부한 대가로 굶어죽었다.

 

예기(禮記) 단궁편(檀弓篇)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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