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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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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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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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천도는 공평무사하여 언제나 착한 사람의 편을 든다.’ 그렇다면 백이숙제와 같은 사람을 착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들은 인과 덕을 쌓고 청렴 고결하게 살다가 굶어 죽었다. 그리고 공자는 칠십 제자 중에 오직 안회(顔回)만을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추상(推賞)하였다. 그러나 그는 가끔 뒤주가 비어 있었으며, 지게미나 쌀겨도 배불리 먹지 못하다가 끝내 요절(夭折)하였다. 하늘은 착한 사람에게 보답한다는데, 이것은 도대체 어찌된 셈인가? 한편 도척은 날마다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사람의 간을 회치는 등, 포악 방자하여 수천 사람의 도당을 모아 천하를 횡행하였지만 천수를 누렸다. 그렇다면 그가 도대체 어떤 덕행을 쌓았단 말인가?

이러한 것들은 가장 현저한 예라 하겠지만, 근세에 이르러서도 소행이 도를 벗어나 오로지 악행만을 저지르는데 종신토록 일락(逸樂)하고 부귀가 자손대대로 끊이지 않는다. 이와 달리 정당한 땅을 골라서 딛고 정당한 발언을 해야 할 때만 말을 하며 항상 큰길을 걸으며 공명정대(公明正大)한 이유가 없으면 발분(發憤)하지 않고, 시종 근직(謹直)하게 행동하면서도 오히려 재화를 당하는 예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래서 나는 의심한다. 천도는 과연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或曰 : “天道無親, 常與善人.” 若伯夷·叔齊, 可謂善人者非邪? 積仁絜行如此而餓死! 且七十子之徒, 仲尼獨薦顔淵爲好學. 然回也屢空, 糟穅不厭, 而卒蚤夭. 天之報施善人, 其何如哉? 盜蹠日殺不辜, 肝人之肉, 暴戾恣睢, 聚黨數千人橫行天下, 竟以壽終. 是遵何德哉? 此其尤大彰明較著者也. 若至近世, 操行不軌, 專犯忌諱, 而終身逸樂, 富厚累世不絶. 或擇地而蹈之, 時然後出言, 行不由徑, 非公正不發憤, 而遇禍災者, 不可勝數也. 余甚惑焉, 儻所謂天道, 是邪非邪?]”

사마천(司馬遷)은 한()나라 무제(武帝) 때에 태사령(太史令)이었다. 당시, 이릉(李陵)5천의 군사로 흉노와 대적하다 포로가 되었다. 이를 두고 무제와 조정의 백관들이 이릉을 비난하였다. 그러나 사마천 혼자 이릉을 비호하였다. 이것이 무제의 비위를 건드려 억울하게 궁형(宮刑)을 당하였다. 정당한 일을 정당하게 주장하다 형을 받은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여, 사마천이 사기(史記) 열전편(列傳篇) 백이숙제열전(伯夷叔齊列傳)에서 천도에 대해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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