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題[무제] 늙었으면 물러나야지

 

- 吉再[길재] -

 

曾讀前書笑古今[증독전서소고금] 일찍이 옛 글을 읽고 고금을 비웃었는데

愧隨流俗共浮[괴수류속공부침] 세속의 흐름에 함께 부침한 것 부끄럽네

終期直道扶元氣[종기직도부원기] 끝내 바른 도로써 원기를 잡아 지켜야지

肯爲虛名役片心[긍위허명역편심] 어찌 헛된 이름을 위해 마음을 괴롭히랴

 

默坐野禽啼晝景[묵좌야금제주경] 말없이 앉았으니 낮 경치에 들새가 울고

閉門柳長春陰[폐문류장춘음] 문 닫으니 관사의 버들 봄 그늘을 늘이네

人間事了須先退[인간사료수선퇴] 인간사 마쳤으면 마땅히 먼저 물러나야지

不待霜毛漸滿簪[부대상모점만잠] 흰 머리칼이 비녀 감기 기다릴 것이 있나

 


길재[吉再] 고려 우왕(禑王)에서 조선 세종(世宗) 때의 문신이자 학자이다. 자는 재보(再父), 호는 야은(冶隱) 또는 금오산인(金烏山人)이고, 본관은 해평(海平)이다. 목은(牧隱) 이색(李穡), 포은(圃隱) 정몽주(鄭夢周), 양촌(陽村) 권근(權近) 등에게 수학하였고, 이색(李穡), 정몽주(鄭夢周)와 함께 고려삼은(高麗三隱)으로 불린다. 태조가 새로운 왕조를 세우려 하자, 고향인 선산 봉계(鳳溪)로 돌아와 조정의 부름에 나아가지 않고 여생을 마쳤다.

종기[終期] 어떤 일이나 기간이 끝나는 시기. 법률 행위의 효력이 소멸하게 되는 기한.

직도[直道] 정도(正道). 곧은 길. 똑바른 길. 사람이 행할 바 바른 길. 우회하지 않고, 바로 열반에 도달하는 길. 한 갈래로 곧게 뻗어 나간 길. 직로(直路).

원기[元氣] 원기(元氣)는 천지의 정기(精氣)로 만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도교(道敎)에서는 태양(太陽)과 태음(太陰)과 중화(中和)를 세 개의 원기라 일컫는다.

원기[元氣] 마음과 몸의 활동력. 본디 타고난 기운. 만물이 자라는 데 근본이 되는 정기. 만물(萬物)이 이루어지는 근본의 힘. 사람의 생명 활동을 유지하는 데서 근본으로 되는 기(). 기운과 정력을 말한다.

긍위[肯爲] 기꺼이 ~하다.

야금[野禽] 산이나 들에서 사는 새. 산과 들에 사는 야생의 새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관류[官柳] 관부에서 심은 버드나무. 큰 길 위의 버드나무.

춘음[春陰] 봄철의 흐린 날. 봄의 흐린 날씨. 봄날의 꽃나무 그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