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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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

종이책전자책

 

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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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생각

 

어머니, 두부는 어떻게 만들어요?

 

종콩을 물에 불려 맷돌에 갈아 가마솥에 저으며 끓여서는 촘촘한 베자루에 퍼 담아서 홍두깨로 꾹꾹 눌러 콩물을 짜고 그 물이 어느 정도 식었을 때에 간수를 두르면 엉기는 것을 굳히기 전에 떠서 순두부로 먹고 나무궤짝에 무명보자기 깔고 퍼 담아 살짝 눌러 굳히면 두부란다. 남은 비지로는 비짓국도 괜찮고 아랫목에 띄우면 비지장도 좋단다.

 

춥고도 눈이 펄펄 날리는 날에 풋나무 베어 나는 군불을 때고 당신은 콩을 불려 맷돌 돌리고 이르신 말씀대로 두부 만들어 순두부 간맞추고 양념을 쳐서 아랫목 부모님께 먼저 드리고 따스한 두부에 김치 곁들여 아버지 막걸리 안주로 내고 형제들 오순도순 돌라앉아서 뜨끈한 순두부로 속을 데우며 산토끼 몰이 갈 궁리했으면

 

눈송이 흩날려 추억 같은데

가파른 산동네 나는 서있고

형제들 곳곳에 따로 서있고

어머니 홀로이 산골 계시고

아버지 흙으로 누워 계시고

 

- 안상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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