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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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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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은 다 저 너머에 있고

소중한 것은 다 저 너머로 가네

애써 또 다른 저 너머를 그리다

누구나 가고 마는 저 너머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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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수양과 용기를 남에게 보이지 마라

 

- 장자(외편)19편 달생13-

 

손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편경자의 집을 찾아가서 말했다.

저는 고을에 살면서 수양이 되지 않았다는 말을 듣지 않았고, 어려움을 당해서도 용기가 없다는 말을 듣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밭과 들판에서 농사를 지어도 풍년을 만나보지 못하고, 임금을 섬김에 있어서도 좋은 때를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향리로부터는 배척을 받고 고을로부터는 쫓겨나게 된 처지인데 무슨 죄 때문입니까? 천명일까요? 저는 어째서 이런 운명을 당해야 됩니까?”

편경자가 말했다.

당신은 지인의 행동에 대해서 들어보지 못했습니까? 자신의 간담조차도 잊고 자기의 눈과 귀조차도 잃어버린 채, 망연히 티끌과 먼지 세상 밖에 노닐며 일할게 없는 직업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지내는 것입니다. 이것을 두고서 일을 하면서도 능력을 믿지 않고, 우두머리가 되면서도 남을 지배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신은 지식을 꾸며대어 어리석은 사람을 놀라게 하며, 몸을 닦아 남의 더러움을 밝히면서, 해와 달처럼 당신을 드러내려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그런 당신이 육체를 온전히 지니고 이목구비를 다 갖추고서, 중도에 일찍이 귀머거리나 장님이나 절름발이가 되지 않고, 보통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 하늘을 원망할 겨를이 있겠습니까. 당신은 어서 가보시오.”

손휴가 나가자 편경자는 방으로 들어와 한참 동안 앉아 있다가는 하늘을 우러러 보며 탄식을 했다. 그러자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 무엇 때문에 탄식을 하십니까?”

편경자가 말했다.

조금 전에 손휴가 왔을 때 나는 그에게 지인의 덕을 얘기해 주었다. 나는 그가 놀라서 마침내는 미혹되게 될까봐 겁이 나는 것이다.”

제자가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손휴의 주장이 옳고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이 글렀다면, 그른 것이 옳은 것을 미혹하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손휴의 주장이 글렀고 선생님의 말씀이 옳았다면, 그는 본시 미혹한 상태로 왔던 것이니 어찌 선생님의 잘못이 되겠습니까?”

편경자가 말했다.

그렇지 않다. 옛날에 한 마리의 새가 날아와 노나라 교외에 앉았다. 노나라 임금은 그 새를 좋아해서 소와 양과 돼지를 잡아 그 새에게 먹이고, 구소의 음악을 연주하여 그 새를 즐겁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새는 처음부터 근심하고 슬퍼하면서 눈이 어지러워져서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못했다. 이것은 자기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길렀기 때문이다. 만약 새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기르려 한다면 마땅히 깊은 숲 속에 살게 하고, 강물과 호수 위에 떠다니게 하며, 그로 하여금 진흙 속의 미꾸라지를 잡아먹게 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처럼 넓은 땅에 편안히 지내게 해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 손휴는 멍청하고 견문이 적은 사람인데도 내가 그에게 지인의 덕을 이야기 해준 것은 마치 생쥐를 수레나 말에 태워주고 작은 메추라기를 아악으로써 즐겁게 해주려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가 어찌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

 

- 莊子(外篇)19篇 達生13-

<有孫休者, 踵門而詫子扁慶子曰:「休居鄕不見謂不修, 臨難不見謂不用. 然而田原不遇歲, 事君不遇世, 賓於鄕里, 逐於州部, 則胡罪乎天哉? 休惡遇此命也?

扁子曰:「子獨不聞夫至人之自行邪? 忘其肝膽, 遺其耳目, 芒然彷徨乎塵垢之外, 逍遙乎無事之業, 是謂爲而不恃, 長而不宰. 今汝飾知以驚愚, 修身以明汚, 昭昭乎若揭日月而行也. 汝得全而形軀, 具而九竅, 無中道夭於聲盲跛蹇而比於人數, 亦幸矣, 又何暇乎天之怨哉! 子往矣!

孫子出. 扁子入, 坐有間, 仰天而歎. 弟子問曰:「先生何爲歎乎?

扁子曰:「向者休來, 吾告之以至人之德, 吾恐其驚而遂至於惑也.

弟子曰:「不然. 孫子之所言是邪? 先生之所言非邪? 非固不能惑是. 孫子所言非邪? 先生所言是邪? 彼固惑而來矣, 又奚罪焉!

扁子曰:「不然. 昔者有鳥止於魯郊, 魯君說之, 爲具太牢而饗之, 奏九韶以樂之, 鳥乃始憂悲眩視, 不敢飮食. 此之謂以己養養鳥也. 若夫以鳥養養鳥者, 宜棲之深林, 浮之江湖, 食之以委蛇, 委蛇而處, 則安平陸而已矣. 今休, 款啓寡聞之民也, 吾告以至人之德, 譬之若載鼷以車馬, 樂鴳以鐘鼓也. 彼又惡能無驚乎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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